황가장(況哥莊)의 후원에 자리한 소축을 빠져나오며, 두진악은 수포로 돌아간 이 년의 노력을 그렇게 버렸다. 부당한 대우에 항변할 생각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상대가 황석대(況石臺)이기 때문이었다. 여기 사천성(四川省) 동남부에 위치한 부주(？州)에서 황가장의 장주, 황석대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부호였다. 음지에서 행해지는 고리대금업이야 차치하고, 손수 경영하는 대소 상점이 열 개가 넘었고, 타인에게 위탁해 놓은 상점의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다시 말해 부주에서 황석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는 것이다. 음으로 양으로, 황가장의 밥을 먹는 건달들만 해도 백 여명. 그들 중에는 사람의 목숨을 파리만큼이나 가볍게 여기는 인물도 수두룩했다. 그러니 억울해도 참아야 했다. 상대하기도 싫지만, 설사 마음이 있다고 해도 상대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황가장이요, 황석대였다. 기름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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