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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이미지 인문학 1

이미지 인문학 1
  • 저자진중권
  • 출판사천년의상상
  • 출판년2017-04-0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1-15)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PC는 추후 지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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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자를 못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미지를 못 읽는 사람은 너무 많다.



    ● 디지털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새로운 세계와 사물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 디지털은 예술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1. 디지털 이미지 속에 감추어진 새로운 세계와 사물

    ― 이 책이 말하다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돼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처음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을 때, 아날로그 매체와 구별되는 디지털의 특성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한 오늘날, ‘디지털’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이 되었다. 이미지를 텍스트로, 텍스트를 다시 이미지로 변환하는 디지털 기술은 일상으로 체험된다.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이 이미지의 원리는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문자로 그린 그림’이다. 이러한 기술적 형상은 그 아래에 복잡한 텍스트를 깔고 있는 일종의 아이콘이다. ‘이미지’는 눈에 보이나, 그 바탕의 텍스트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2008년부터 기술미학연구회(예술가, 인문학자, 엔지니어)와 함께 미학 이후의 미학인 디지털 미학, 미디어 미학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쉬지 않았던 진중권. 그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등장한 제2차 영상문화, 제2차 구술문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미지 인문학》을 출간하였다.

    《이미지 인문학》은 ‘무한한 이미지’의 세계를 이미지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미학을 횡단하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미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을 기술적 매체와의 관계 속에서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 사진 등 전통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물이나 생물, DNA, 비트, 나노까지도 포함한다.



    우리는 전자책의 책장을 마치 실제 책인 양 손가락으로 짚어 넘긴다. 이렇게 디지털 가상이 아날로그 현실의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다가올 때, 그 익숙함 속에서 디지털 매체의 진정한 본성은 슬쩍 은폐되기 쉽다. 이는 디지털의 대중을 하이데거가 말한 ‘존재 망각’의 상태로 이끌어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망각 속에서도 디지털의 논리는 화려한 가상 아래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 기제는 늘 의식되고 반성되어야 한다. (…) 과거에는 책이 사람을 형성했다면, 오늘날 인간의 의식은 영상으로 빚어진다. 텍스트 중심의 인문학은 이제 이미지와 사운드의 관계 속에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이는 이미지에 기초한 새로운 유형의 인문학을 요청한다. ― 본문 8~9쪽



    2.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 이 책을 보다



    “창조성을 대표하는 것은 메타포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창조성을 대표하는 것은 파타포의 능력이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상상력의 논리’다.”



    ‘파타피직스’(pataphysics)는 디지털의 문화이다. 파타피직스는 20세기 중반 유럽의 지성계를 풍미하던 신학문으로, 온갖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로 가득 찬 사이비 철학(혹은 과학)을 가리킨다. 1948년 프랑스에서 ‘파타피직스 학회’가 만들어지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호안 미로와 마르셀 뒤샹, 외젠 이오네스코와 장 주네와 같은 예술가들이 이 학회의 초기 멤버였으며,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도 한동안 자신을 파타피지션(pataphysician)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미지 인문학 1》은 철학사의 근본적 단절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어떻게 사라지는지 살펴본다. ‘철학’은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는 데서 출발했다. 플라톤 같은 관념론자든, 데모크리토스 같은 유물론자든, 모든 철학자들은 가상의 베일 뒤에 숨은 참된 실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상상과 이성, 허구와 사실, 환상과 실재 사이의 단절을 봉합선 없이 이어준다. 이로써 가상과 현실 사이에 묘한 존재론적 중첩의 상태가 발생한다. 이것이 ‘파타피직스’이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은 역사이전의 현상이었다. 선사인의 의식에서는 가상과 현실이 인과관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가상의 원인이 현실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 주술의 원리였다. 역사시대가 되면서 사라졌던 이 상징형식이 디지털 기술형상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선사인의 상상이 주술적 현상이었다면, 우리의 상상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현상이다. 선사인의 상상이 공상이라면, 우리의 상상은 기술에 힘입어 현실이 된다. 이것이 역사이전의 마술과는 구별되는 역사이후의 ‘기술적 마술’이다. 가상과 현실의 중첩은 디지털 이미지 자체의 특성인 것이다.

    과거에 창조성을 대표하는 것은 메타포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창조성을 대표하는 것은 파타포의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상상력의 논리’다.



    디지털의 몰입 기술은 게이머들을 모니터 속 가상의 세계로 빨아들인다. 하지만 게이머의 경우 앨리스와 달리 정신만 가상으로 몰입하고 신체는 아직 현실에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비디오게임은 여전히 메타포 상태에 머무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상상력도 그동안 서서히 메타포에서 파타포의 상태로 진화해왔고, 게임에 증강현실의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그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최근 비디오게임의 인터페이스는 점점 더 현실과 가상을 중첩시키는 파타포의 상태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닌텐도 위Wii를 생각해보자. 과거 핑퐁게임의 게이머들이 정신만 가상에 몰입한 채 현실에서는 그저 손가락만 움직였다면 ‘닌텐도 위’의 게이머들은 마치 현실의 테니스코트에서 경기하듯 온몸을 움직여 라켓을 휘둘러야 한다. 닌텐도 위로 테니스를 치는 이를 옆에서 관찰한다면 아마 광인처럼 보일 것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예술적으로 추구하던 일상과 몽상의 중첩이 여기서 기술적으로 실현된 셈이다. ― 본문 128~129쪽



    3. 디지털은 예술을 어떻게 바꾸어놓았을까

    ― 이 책에서 듣다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가 더 이상 과거의 회화일 수 없었듯이, 컴퓨터의 발명 이후 사진도 더 이상 과거의 사진일 수 없다. 사진의 발명으로 바뀐 예술의 전체 성격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해 다시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찍이 사람들은 사진의 예술성 여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많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이에 선행되어야 할 물음, 즉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예술의 전체 성격이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물음은 제기하지 않았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의 한 대목이다. 이제 벤야민의 물음을 고쳐 물을 때이다.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해 혹시 예술의 전체 성격이 바뀐 것이 아닌가?”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가 더 이상 과거의 회화일 수 없었듯이, 컴퓨터의 발명 이후 사진도 더 이상 과거의 사진일 수 없다. 사진의 발명으로 바뀐 예술의 전체 성격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인해 다시 어떻게 바뀌었을까? 컴퓨터에 기초한 오늘날의 디지털 미학은 사진술에 기초한 벤야민의 모더니즘 미학과 어떻게 대립하는 것일까?



    변화의 요체는 몽타주의 무기적unorganic 미학이 디지털 합성의 유기적organic 미학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모더니스트들은 이를 비판하나, 이것이 단순히 고전주의 미학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합성은 시각적 파편들을 균열의 흔적 없이 봉합한다. 여기서 ‘유기적 총체성’이라는 고전예술의 미학과 ‘파편들의 조립’이라는 모더니즘 미학이 묘한 종합을 이룬다. 디지털 사진은 사진이 아니라, 성격이 전혀 다른 새로운 매체다. 모더니스트들의 오해와 달리 디지털 합성의 ‘유기적’ 미학은 디지털 매체의 특성과 정확히 부합한다.

    이런 측면에서 접근하면 이른바 ‘모던’과 ‘포스트모던’ 사이의 논쟁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더니스트들은 디지털 영상에 여전히 사진과 영화의 미학을 적용하려 했다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변화한 취향을 옹호하면서도 그 변화의 바탕에 깔린 물질적 토대의 변화와 의미를 제대로 의식하지는 못한 듯하다. 모더니즘의 몽타주 미학이 가상의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진리의지’Wille zur Wahrheit를 드러낸다면, 디지털 이미지는 진리가 사라진 시대의 허무에 창조의 기쁨으로 대항하는 “가상의지”Wille zum Schein를 대변한다. ― 본문 14~15쪽



    4. 이 책의 주요 내용



    1장 디지털의 철학

    여기서는 빌렘 플루서의 논문 〈디지털 가상〉을 중심으로 먼저 디지털의 존재론과 인간학을 살핀다. 이것이 책 전체에 철학적 준거를 제공해줄 것이다. 컴퓨터 테크놀로지는 ‘주체(인간)-객체(세계)’라는 근대철학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린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은 주체(Subjeckt)에서 기획(Projeckt)으로서 진화하고, 세계는 주어진 것(Datum)에서 만들어진 것(Faktum)으로 변화한다. 테크놀로지는 디지털 가상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이미지를 낳았다. 여기서는 주술시대의 세 가지 전설을 인용하여 디지털 가상이 과거의 아날로그 영상과 성격이 전혀 다른 ‘기술적 마술’의 산물임을 부각시킨다.



    2장 리얼 버추얼 액추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약화한다. 여기서는 세 명의 작가를 들어 오늘날 사진 속에 이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오늘날 현실과 가상은 서로 자리를 맞바꾸고 있다. 미디어 아트의 예도 빼놓을 수 없다. ‘가상과 현실의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것은 미디어아트의 특권적 주제이기 때문이다. 본디 ‘가상성’(virtuality)이라는 말은 ‘허구성’과 ‘잠재성’을 동시에 의미한다. 플라톤 이후 철학이 가상을 그저 허구로 여겼다면, 오늘날 가상은 그냥 가짜가 아니라 실현해야 할 잠재성으로, 그리하여 또 다른 모드의 실재로 정의된다.



    3장 파타피직스

    가상이 또 다른 양상의 현실로 여겨질 때 은유와 실재가 중첩된 ‘파타피지컬’한 상태가 발생한다. 한때 초현실주의의 미학적 원리였던 ‘파타피직스’가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원리가 되었다. 파타피지컬한 인터페이스를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세대는 당연히 ‘현실’에 대한 관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가상에 실재의 지위를 부여해 가짜를 진짜처럼 대우해주고, 실재에 가상의 지위를 부여해 현실을 거대한 게임으로 바꾸어놓는 데에 익숙하다. 여기에서는 디지털 대중이 파타피직스의 원리를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과정을 기술하고, 그 양상을 ‘게이미피케이션’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4장 지표의 상실

    먼저 최후의 사진 이론인 바르트의 ‘푼크툼’ 이론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으로 존립 근거를 잃는 과정을 살핀다. 디지털 이미지는 역사적으로 선행한 두 이미지, 즉 사진과 회화를 하나로 통합한다. 최근 회화적 사진이 귀환한 것은 그와 관련이 있다. ‘카메라의 눈’은 이제 ‘컴퓨터의 눈’으로 대체된다. 이에 따라 몽타주에 기초한 모더니즘의 ‘파편성의 미학’은 디지털 합성에 기초한 ‘총체성의 미학’으로 진화한다. 끝으로 디지털 이미지의 도전에 대한 몇몇 아날로그 사진작가들의 대응을 살펴본다. 그들은 디지털 가상의 미적 효과를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연출하려 한다.



    5장 실재의 위기

    디지털 사진에서는 사진매체의 본질로 여겨졌던 지표성이 사라진다. 디지털 사진은 일종의 그래픽이고, 그래픽 이미지는 굳이 피사체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로써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기록’으로서 성격을 잃는다. 여기에서는 사진이 아직 실재의 ‘기록’으로 기능했던 보도, 과학, 역사의 영역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핀다. 오늘날 보도사진은 예술작품으로 변용되고, 역사는 서사와 오락의 소재로 전락하고, 과학의 실험은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을 닮아가고 있다. 실재는 위기에 처했다. 다큐멘터리 의식은 약화되고, 역사주의의 의식은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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