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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 저자안도균
  • 출판사작은길
  • 출판년2016-07-20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20-01-15)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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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왜란 이후 백성을 위한 관찬 예방 의학백과로 기획되었던 [동의보감]

    500년 전 편찬 동기와 의학정신이 집대성한 동아시아 의학의 정수

    지금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으로 우뚝 서다



    [동의보감]을 제대로, 그리고 새롭게 읽다




    누군가는 철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철학화를 이야기하고, 또 일군의 비전공 과학 애호가들은 어렵디어려운 현대물리학을 공부하는가 하면, 상대성이론이 수학적으로 유도되는 과정을 이해해보려고 애쓴다. 인문학의 시대, 배움에 장애물은 없다. 인문학은 자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자가탐구의 학문으로 재정의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동의보감]을 몸과 병, 마음과 정신, 존재와 세계를 새롭게 사유하는 색다른 창구로서 제안한다. [동의보감]의 경우라면 ‘보편지식으로서의 (한)의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보편지식으로서의 (한)의학은 의술로서가 아니라, ‘양생술(養生術)’로서여야 한다. 양생은 입산수도하는 자들의 신선술이 아니다. 선조가 태의 허준을 불러 의서의 편찬을 명하면서 했던 말을 보자.



    “근래 중국의 의학서적들을 보니, 모두 자질구레해서 보기에 탐탁치 못하다. 그러니 여러 의론과 처방들을 모아 한 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섭(調攝)을 잘못하는 데서 생기므로 수양(修養)이 우선이고, 약과 침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여러 의론과 처방들은 번다하니, 그 요점을 가리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궁벽한 마을에는 약이 없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고, 우리나라에는 향약(鄕藥)이 많이 생산되나 사람들이 알지를 못한다. 그러니 향약의 이름을 분류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 ― [동의보감] 서문 (본문 17쪽)



    양생은 병의 치료보다 병의 예방을 우선시하는 의학적 입장이며, 예방에 수양만 한 것이 없다 함은 일상을 잘 관리하라는 윤리적 입장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한의학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양생이 치유의 근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학관은 ‘천인상응’과 ‘음양오행’이라는 사상적 원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양생은 자연철학은 물론 우주론으로까지 확장되는 직관적 논리를 몸의 생리와 직결시킨다. 저자는 바로 [동의보감]에 구현된 이러한 의철학적 입장이 오늘날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과 원인불명의 마음병, 관계의 고립 등을 풀어내는 데 필요한 지혜라는 점에 주목했다.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이 출간되기까지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을 쓴 저자 안도균은 [인문의역학연구소 감이당](서울 필동 소재)에서 5년 전 시작한 대중지성 프로그램에서 ‘의역학’ 강의를 담당하고 있는 연구원이다. 감이당 대중지성 프로그램은 1년간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인데도 한 학년당 학인이 15~30명 정도 수강할 정도로 꽤 성공적이라는 평가받는다. 그 성공요인에는 다른 인문학 공부모임에서는 볼 수 없는 ‘의역학’이라는 독특한 수업이 한몫을 했다. 그곳에서 저자는 ‘도담샘’으로 불린다. 도담샘의 의역학 강의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주교재로 삼아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가로지르며 몸과 병에 대해 알아가는 수업이다. 이후 일반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가 열리는 곳들과 인연이 닿아 도담샘의 의역학 강의가 단기로 개설되어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지역 공부모임이 활성화된 과천에서 먼저 [관문학당]이 생기고, 과천에서 가까운 안양에 [서인학당]이라는 인문학 배움터가 생겼다. 모두 도담샘의 의역학 강의가 인연이 되어 3년 넘게 공부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은 저자의 의역학 강의는 물론,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20년 넘게 한의학과, 또 그와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독학하며 쌓은 내공을 첫 단독 저작으로 갈무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저자는 오래전 고등학생 시절, 관절통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혼자서 책을 봐가며 침을 공부한 것이 한의학 독학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런 뒤로는 한시도 한의한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한의사가 되는 대신 수의사가 되었지만, 수의사로 밥벌이를 하지는 않았다. 공부복을 타고나서인지, 한의학 공부가 깊어지면서 한의학이 동양의 학문과 공유하고 있는 사상적 지반을 접하게 되었고 그렇게 역학(흔히 주역으로 알려진), 명리학, 풍수지리, 성명학 등도 재미있어서 독학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독학 인생이 제 물은 만나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옛 수유너머 연구소의 동의보감 세미나부터였다. 한의학도도 아닌 그가 500년 전 간행되어 한국인의 자랑이 된 기록유산을 인문교양서로 펴내게 된 데는 여기 짧은 글로써 다 담아낼 수 없는 시간과 인연이 굽이굽이 서려 있다. 한의학 전공자 못지않게 진지하게 읽고, 한의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과감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책 [동의보감]. 몸과 마음이 심란한 중년들이 읽어 본다면 특히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동의보감]을 입구 삼아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치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양생) 필요한 말년의 양식까지 얻게 된다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더없이 값진 선물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저자와의 지면 인터뷰



    1. 수의학을 전공했는데, [동의보감]에 관한 꽤 전문적인 이 책을 쓰셨어요. 궁금증을 가질 독자가 많을 듯한데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걸 보고 신기했습니다. 바늘 같은 것 몇 개 꽂고 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했었죠. 그런 궁금증을 그냥 마음속에 넣고 살다가 스무 살 즈음에 한의학 책들을 사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질문이 생겨났어요. 처음엔 한의학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만 쓰이는 단순한 기술인줄 알았는데, 공부를 하고 보니까 어마어마한 사상사적 지반을 딛고 있더군요. 그걸 탐구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동의보감]을 공부하게 된 것도 그런 과정 중의 하나였구요. 그러다가 늦게 수의학을 전공하게 되었죠. 서양의학도 궁금했습니다. 특히 수의학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대상으로 하니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우 유익했습니다. 하지만 수의학은 저에게 메이저는 아니죠. 다만 제가 하려는 공부의 주석이 되어 주었다고 할까요.



    2.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은 전문 의학서인 ‘동의보감 읽기’를 현대인에게 제안합니다. [동의보감]이 일반인이 읽을 만한, 혹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몸과 자연의 연결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몸의 발생과 생리를 자연의 이치로 설명하고 질병도 그런 법칙 안에서 치유합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몸과 자연의 이러한 연결성은 사라져야 할 미신이 되어 버렸죠. 그 대신 몸을 제도와 병원 시스템 안에서 병리적인 대상으로 고립시켜 버립니다. 이제 몸에 대한 공부는 의료인들만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몸과 자연의 연결성을 끊어 버린 채 말입니다. 몸이 과학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고립되니까 몸 공부를 전문인한테만 맡기는 거 아닙니까. 내 몸이 자연의 법칙성을 따른다는 걸 안다면 존재와 세계를 보는 감각이 좀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임상진료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사이즈를 넓혀 보자는 것이죠. 현대인들은 여전히 모든 문제를 사회구조, 미생물, 심리 등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것도 중요합니만 그것만으로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우울함이나 무기력, 나약함 등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동아시아의 천인상응의 이치와 그것을 기반으로 일어난 한의학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 오래된 사상이 오히려 현대인의 문제를 푸는 데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텍스트로 [동의보감]을 선택한 거죠.



    3. 요사이 ‘몸’은 인문학의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가 되었는데요. [동의보감]이 몸과 인문학이라는 키워드와 결합하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나요?



    인문학은 자기와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지 않습니까. 몸과 인문학을 연결하면 몸과 마음 그리고 세상을 다른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자기가 세상에서 붕 뜬 존재로 느껴질 때, 그것을 사회적인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몸에 ‘허열’이 떠서 그럴 수도 있거든요. 문사철, 예술, 인류학 심지어 과학까지도 몸을 중심으로 접근하면 아주 다르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인문학을 바라보면, 비장하고 고매한 해석들을 아주 간단한 몸의 논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어떤 해방감 혹은 짜릿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의학과 인문학이 섞여 있는데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오히려 더 쉽다? 그건 어떤 점에선 높게 보이던 공부의 벽을 허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4. [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을 꼭 읽어 보길 권하는 독자가 있다면요?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몸은 육체와 정신 그리고 자연의 합체입니다. 따라서 몸을 얘기한다는 건 육체와 정신의 질병과 건강뿐만이 아니라 나와 관계하는 모든 관계의 장을 건드리는 일입니다. 이런 총체적인 삶의 문제에 관심이 없는 분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떤 분이 읽어도 좋습니다. 특히 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더 끌리긴 하겠죠. 그리고 새로운 방법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5. 몇몇 지역 공부모임에서 의역학을 가르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의역학이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의역학은 의학과 역학의 합성어입니다. 한의학은 역학(易學)의 이치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의 한의학은 임상위주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임상적인 기술을 떠받치고 있는 건 더 거대한 역학의 이치입니다. 역학은 동아시아 문명을 관통합니다. 많은 사상과 분과학이 연결됩니다. 또한 삶과 운명의 이치를 이야기하기도 하죠. 우리가 공부하는 한의학은 그런 연결성을 추구합니다. 임상이 아니라 사상과 지혜로서의 한의학인 거죠. 그래서 한의학이라는 말보다는 의역학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6. 차례를 보니, 이 책은 [동의보감]의 ?내경편?을 다루고 있는데, 다른 4개의 편들에 소개하는 후속권 집필 계획도 갖고 계신지요?



    다음엔 외형편과 잡평편을 써야겠죠. 그런데 이 편들은 내경편보다 훨씬 더 임상적이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쓰게 된다면 다른 인문학과 접목시켜서 더 재미있게 구성해볼 겁니다.





    임진왜란 이후 백성을 위한 관찬 예방 의학백과로 기획되었던 [동의보감]

    500년 전 편찬 동기와 의학정신이 집대성한 동아시아 의학의 정수

    지금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으로 우뚝 서다



    [동의보감]을 제대로, 그리고 새롭게 읽다




    누군가는 철학의 대중화가 아니라 대중의 철학화를 이야기하고, 또 일군의 비전공 과학 애호가들은 어렵디어려운 현대물리학을 공부하는가 하면, 상대성이론이 수학적으로 유도되는 과정을 이해해보려고 애쓴다. 인문학의 시대, 배움에 장애물은 없다. 인문학은 자기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자가탐구의 학문으로 재정의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동의보감]을 몸과 병, 마음과 정신, 존재와 세계를 새롭게 사유하는 색다른 창구로서 제안한다. [동의보감]의 경우라면 ‘보편지식으로서의 (한)의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보편지식으로서의 (한)의학은 의술로서가 아니라, ‘양생술(養生術)’로서여야 한다. 양생은 입산수도하는 자들의 신선술이 아니다. 선조가 태의 허준을 불러 의서의 편찬을 명하면서 했던 말을 보자.



    “근래 중국의 의학서적들을 보니, 모두 자질구레해서 보기에 탐탁치 못하다. 그러니 여러 의론과 처방들을 모아 한 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 또한 사람의 질병은 모두 조섭(調攝)을 잘못하는 데서 생기므로 수양(修養)이 우선이고, 약과 침은 그 다음이다. 그런데 여러 의론과 처방들은 번다하니, 그 요점을 가리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궁벽한 마을에는 약이 없어 요절하는 사람이 많고, 우리나라에는 향약(鄕藥)이 많이 생산되나 사람들이 알지를 못한다. 그러니 향약의 이름을 분류하여 백성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라.” ― [동의보감] 서문 (본문 17쪽)



    양생은 병의 치료보다 병의 예방을 우선시하는 의학적 입장이며, 예방에 수양만 한 것이 없다 함은 일상을 잘 관리하라는 윤리적 입장까지 아우르는 것이다. 한의학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양생이 치유의 근본이라고 했다. 이러한 의학관은 ‘천인상응’과 ‘음양오행’이라는 사상적 원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양생은 자연철학은 물론 우주론으로까지 확장되는 직관적 논리를 몸의 생리와 직결시킨다. 저자는 바로 [동의보감]에 구현된 이러한 의철학적 입장이 오늘날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과 원인불명의 마음병, 관계의 고립 등을 풀어내는 데 필요한 지혜라는 점에 주목했다.





    몸에 대한 인식의 우선순위, ?내경편?



    이 책은 두 권으로 기획된 [동의보감] 안내서 중 첫 번째 책이다. 독자들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원전의 원문을 충분히 접하게 하고, 저자의 해설을 덧붙여 의학고전인 원전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완독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해서 [동의보감]을 구성하는 다섯 편(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 모두를 이 책 안에 다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섯 편 중 하나인 ?내경편?만을 다루지만, ?내경편?이 [동의보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는 한 편 이상에 필적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몸을 세 가지의 단계로 인식한다. 즉 ‘몸 안의 풍경’, ‘육체의 형상’, ‘관계 속의 존재’다. 허준은 이 세 단계를 순서대로 ?내경편(內景篇)?, ?외형편(外形篇)?, ?잡병편(雜病篇)?이라 이름 붙이고 [동의보감]의 골격이 되는 큰 목차로 세웠다. 이외에도 ?탕액편(湯液篇)?과 ?침구편(鍼灸篇)?이 더 있지만, 이 두 편은 약의 종류와 침법을 설명해 놓은 부분으로 성격상 부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본문 24쪽)



    [동의보감]의 체제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진 바와 같다. [동의보감]이 250여 권에 이르는 역대 의서들을 인용하여 편집한 편저임에도 저작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까닭이기도 하다. 허준이 세운 편제는 그저 형식적인 순서가 아니라, 그의 의학관이 엄정하게 반영된 결과다. ‘내경(內景)’은 몸 안의 풍경을 뜻하는데, 오장육부를 비롯한 여러 장기의 모습을 가리킨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은 해부학적 구조라기보다는 내부의 장기와 외형(?외형편?에서 다루는)이 관계하고 있는 기운의 회로라고 할 수 있다. 인체 내부(주로는 오장육부)의 기운과 외부의 형상은 서로 긴밀히 연락하는 관계라는 뜻이다. 또한 질병은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잡병편?이 시작된다.



    내부의 기운은 외형과 연결되고 이런 연결체인 몸은 다시 외부와 상응한다. 이런 식으로 ?내경편?, ?외형편?, ?잡병편?을 배열하면 몸의 안쪽으로부터 바깥을 향하는 구도가 생긴다. 그러나 몸이 외부와 접속하면서 일어나는 감정, 음식 섭취, 외사의 침입 같은 사건은 다시 내경에서 다루는 정?기?신과 오장육부의 흐름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잡병편?은 ?내경편?으로 연결된다. 결국 [동의보감] 안에서 몸을 인식한다는 것은 몸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음을 체득하는 것이다. (본문 25쪽)



    “몸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음을 체득하는 것”이 [동의보감]의 인체관이자 생리와 병리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다. 허준은 이러한 총체적 인식을 책 전체의 서두이자 ?내경편?의 인트로라고 이를 수 있는 ‘신형문’에 집약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점에서 ?내경편?은 [동의보감]은 말할 것도 없고 동아시아 의학의 사상적 지반과 의학정신의 핵심을 파악하게 하는 부분이다. 저자가 “그만큼 ?내경편?은 몸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자기만의 삶과 치유의 기술인 수양법을 찾는 데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본문 26쪽)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의역동원(醫易同源)의 원리, 음양오행



    앞서 먼저 읽어본 선조의 말처럼 왜란 이후 나라가 일일이 국민보건과 위생을 책임질 수 없었던 상황에서 백성이 참고할 수 있는 의서를 만드는 것은 시급하고 긴요한 사업이었다. 그랬던 만큼 [동의보감]은 이론과 실제가 매우 잘 구비된 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론의 잠재적 원리로 작동하는 ‘역학’에 대한 이해는 오늘날 우리에게 별도의 학습을 요구한다. 이 책의 저자가 원전에 없는 한 개의 장(4장 ‘?내경편? 계보의 단서를 찾아서’)을 별도로 마련하여 그 원리를 차근히 설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의 원리는 만물의 생성과 변화를 ‘태극-음양-사상-오행’의 과정으로 개념화한다. 천지인 삼재 사상과 다르지 않은 ‘천인상응(天人相應)’의 이치에 따르면 천지의 기가 잠시 모여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이루고, 또한 인간이 자연의 섭리대로 생로병사를 겪고 자연으로 돌아는 것은 역의 원리와 동일하다. 자연이란 ‘균형과 순환’, ‘접합과 관계’의 원리가 쉼없이 일어나는 장이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이를 개념화한 용어가 ‘오행’이다. 오행은 무상한 변화의 양상을 추상한 개념이다. 저자는 태극으로부터 오행에까지 이르는 역학적 원리를 상수학적으로 깊이있게 탐구하고 종합했던 중국 유학자들의 이론을 매우 알기 쉽게 풀어냈다.





    양생과 치유, 사유의 모험이자 윤리의 혁신



    대단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고전을 읽으면 잔뜩 실망만 하거나, 중도에 포기하기가 쉽다. [동의보감]은 여타의 동양고전과도 달라서 좀 더 느긋하고 느리게, 읽히는 만큼 읽는 것이 좋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동의보감]의 텍스트는 반드시 의술로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학문 그리고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과 만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개념들의 변형과 치환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속도로써는 마주칠 수 없는 장면이다. 이 책의 부제로 삼은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이 뜻하는 바도 비슷하다. 양생은 일상을 낯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어제와 아주 조금이라도 다른 오늘을 만들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치유는 그 부단한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열매다. 몸은 삶의 현장이다. 그 현장을 괄목상대하게 하는 [동의보감]의 세계 안에는 저자의 말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감춰져 있다. 그러니, 저마다 자기의 병과 몸이 보내는 신호의 의미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이 책을 읽어 간다면 그것이 바로 진인(眞人)이 말하는 “도로써 병을 치료(以道療病)”하는 경지와 다름없을 것이다.



    태백진인太白眞人이 말하였다. “질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 바로잡고 도에 근원을 두어야 한다. 환자로 하여금 마음속의 의심과 걱정, 망념과 불평 그리고 경계를 없애고,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몸과 마음이 비워지고 삶과 우주가 하나가 되어,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이 공(空)의 세계에 있으며 종일 하는 일이 망상이란 걸 알게 된다. 더불어 나의 육체도 환상일 뿐이고 화(禍)와 복(福)도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죽고 사는 것 역시 한낱 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 모든 의문이 풀리고 마음이 자연히 청정해져 질병이 저절로 낫게 되는 바, 약을 먹지 않아도 병이 이미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을 다스려 병을 치료하는 진인(眞人)의 도이다.” ?신형(身形) (본문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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